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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팁

이마트 노브랜드 tv 49인치 고장 수리 후기

by 심플라 2020. 2. 23.

이마트 노브랜드 tv 49인치 AS 후기.

 

2020년 2월 20일 목요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며 뉴스를 듣는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시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기억이 생생하다.
티브이 뒤쪽에서 펑, 소리가 났고 픽, 화면이 까매졌다. 티비 가까이로 오자 흰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소리는 나던 티비는 소리까지 완전히 꺼졌고 곧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금속과 플라스틱이 타면서 나는, 맡자마자 본능적으로 아 유독성 가스라는 게 이런 거구나 느껴지는 향이었다.
글로 서술하니 길지만 사실 몇 초에 불과한 찰나의 순간이었고, 어버버하던 나는 그제야 티브이의 코드를 뽑았다. 셋톱박스도 분류했다.

 

오전 10:30

짬이 생겨서 그제야 티브이 에이에스 센터를 검색한다. 현실감이 없었던 아침의 사건이 사라지니 슬슬 스팀이 오르기 시작한다. 체감상 산지 그리 오래되진 않은 것 같은데 단순한 고장도 아니라 펑! 소리가 나면서 연기까지 뿜다니. 역시 엘지 삼성의 나라에서 중소기업 제품을 사는 건 아니었나. 그러나 엘지 휘센 에어컨, 구입해서 매년 문제를 일으켰던 애물단지를 생각나고 메인보드를 두 번 갈았던 나의 삼성 핸드폰이 떠오른다. 기계란 결국 뽑기운이 전부다. 내가 뽑기운이 없나 보지 뭐. 이래서 사람들이 팔자타령 하나 싶다. 내 팔자야 생각하니 화가 식었다. 웃픈 상황이다.

어쨌거나 티브이를 구매했던 ssg.com 쓱에 접속. 2018년 10월 20일 경에 구입했으니 1년 4개월 정도 되었다.

http://www.ssg.com/item/itemView.ssg?itemId=1000029583789&siteNo=6001&salestrNo=6001&ckwhere=ssg_naver&appPopYn=n&NaPm=ct%3Dk6z141a8%7Cci%3D1c0b04e7915c1d1b003e10c213197fa529f8f622%7Ctr%3Dslsc%7Csn%3D218835%7Chk%3D3dc337c0e92ed7f7d9acd8f3413090881f4e0c0c

 

[노브랜드] 노브랜드TV/ 노브랜드티비/ 49 TV (NHL7701)

여기를 눌러 링크를 확인하세요.

www.ssg.com

 

 

 

 

이런 망할 무상 보증기간이 지났다. 이왕 터질 거 네 달만 일찍 터져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 웃펐다.

어쨌거나 전화했다. 삼보 서비스 센터.

1588-3582

3번이 티브이 관련이었다.

상담원은 굉장히 친절했고 증상을 자세히 묻고 기록했다. 터져서 악취가 났다는 말에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많이 놀라지 않으셨냐며 물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직업적 상냥함의 위력을 실감했다. 너무 황당해서 놀란지도 모르겠다는 말에 응급으로 전달하겠다며 심심한 위로도 해주더라. 근데 그것보다 궁금한 건 사실 수리비용이었다. 40만 원 주고 산 텔레비전인데 배꼽이 배보다 커질 경우라면 수리를 포기하고 새 티비를 구매하는 쪽이 훨씬 나은 선택일 것이므로. 상담원은 비용은 자신이 알 수 없으며 엔지니어가 연락을 드릴 테니 상담해 보시라 한다.

 

오후 4 : 20

응급이라며 전화가 안 온다. 이러다 오늘 내로 연락도 못 받겠다 싶어서 다시 삼보 서비스센터로 전화한다.
나는 티브이가 없어도 괜찮은데, 엄마는 난시가 심해지신 후로 좋아하던 책도 머리가 아프셔서 잘 보지 못하신다. 빨리 고쳐야 한다.
상담원이 선수를 쳤다. 오전에 티비 고장신고하셨네요. 그래서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해서요. 이야기하니 다시 응급으로 넣어주겠다고 한다.

오후 4 : 30

10분 만에 엔지니어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장 증상을 확인하니 파워보드를 갈아야 할 것이라고 한다. 티브이 뒤 제품 정보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 해서 보냈다. 부품의 재고 여부를 확인하고, 없으면 주문해서 방문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격은 6만 원에서 7만 원 사이가 될 것이라고 하고, 만약 예상보다 손상된 부분이 있다면 더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까 봐야 확실히 안다는 뜻이다.

오후 7 : 30

할 일 하다 보니 연락이 안 온다. 부품 있는지 확인해 준다더니. 이미 늦은 시간이라 엔지니어 개인 번호로 전화해서 묻기도 뭐했다.
텔레비전 없는 하룻밤이 지나갔다. 아이패드가 티비가 됐다.

 

 

 

둘째 날, 금요일 

 

오전 10 : 00

 

충분히 기다렸으니 엔지니어에게 전화했다. 반색하며 받는다. 부품이 있으며 오후 세시 반쯤 방문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후 3 : 30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당연히 다른 목소리. 앞의 설치가 늦어진다고 죄송하다고 한다. 그러려니 한다. 약간 해탈한 것 같다.

 

오후 5 : 00

이틀이 걸려 기사님 방문. 금요일이라 주말을 넘기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했다. 어디서나 살아남을 긍정왕이 바로 나인 듯싶다. 드디어 티비를 깠다. 분리했다. 파워보드를 떼서 어디에 손상이 갔는지 확인한다. 고약한 탄 냄새가 보드 전체에서 났다. 아주 조그만 뭔가가 탄 흔적을 찾았다. 야 네 달만 빨리 타지 그랬냐. 속으로 실없는 생각을 하며 기사님의 빠른 손놀림을 구경하던 중이었는데 부품 박스로 보이는 새 종이박스를 열어보던 기사님이 멈칫하더니 휴대폰을 꺼내서 통화를 시작하신다.

“야 왜 메인보드를 넣어놨어 파워보드를 갈아야 하는데?”

아... 내일 토요일이고 주말인데요. 어젯밤 심심해하던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되는 일이 없구나. 통화를 끝낸 기사님은 한껏 송구스러운 얼굴로 조심스레 말씀을 꺼내셨다.

“어.. 저희 직원이 부품을 잘못 넣어줬네요 지금 파워보드가 재고 있는지 몰라서.. 우선 바로 발주를 넣었고 혹시 재고가 없다면 월요일에 발주 넣으면 저희가 화요일에 방문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있으면 제가 내일이라도 바로 방문드리고요.”
“내일 토요일인데 방문 가능하신가요?”
“네 내일도 합니다.”

아... 그렇구나. 긍정왕은 여기서 다시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실수를 저지르던 과거의 나를 떠올린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실수가 있기 마련이지 뭐, 저분도 헛걸음하신 데다 또 오신다니 얼마나 통탄한 일인가. 그렇게 주섬주섬 위잉 위잉. 풀었던 나사를 다시 조이는 드릴 소리가 울렸다.

 

 

 

셋째 날, 토요일

 

오전 11시

 

다행히 부품을 구했다고 한다. 1시에 일과가 끝나니 끝내는 대로 오시겠다고. 일개미가 일개미를 이해하지 않으면 누가 이해하겠는가. 토요일까지 너무 수고가 많으시다고 말씀드렸더니 가볍게 웃으시며 저희 실수로 불편을 끼쳐 오히려 죄송하다고 한다.

 

오후 2 : 00

엔지니어 기사님 재방문. 파워보드를 교체했다. 파워보드, 메인보드, 티콘 보드 세 가지가 보인다. 세 보드가 일체형으로 나온 제품인 경우 한 번에 갈고, 분리형이면 고장 난 보드만 교체하면 된다고. 노브랜드 티비는 분리형이라 파워 보드만 교체했다. 

 

 

파워보드, 티콘 보드, 메인보드 순서. 파워보드의 콘덴서가 부풀거나 탄 건 아니고 정말 손톱만 한 부품 하나가 타서 까맣게 변해 있었다. 뭐가 탔는지 찾는데 한참 걸릴 정도로 작았다. 새끼손톱 삼분의 일 크기만 한 부품이었다. 그거 조금 탔다고 냄새가 어마어마했다. 납땜이나 금속 용접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해주셨다. 하긴 그렇지 않고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연물질이 타는 냄새는 결코 아니었다.

 

교체 후 시험 작동하니 바로 잘 작동한다. 부팅이 더 빨라진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착각일지도?

 

틀자마자 코로나 19 확진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기사님과 동시에 벙쪄서 뉴스를 한참 시청했다. 설마 더 늘겠어했는데 하루 지났는데 육백 명이 되어버렸다.

 

 

 

 

파워보드 교체 비용은 74500원. 카드 결제했다.
AS 이후 동일 증상인 경우 90일간 무상 수리 보증.

40만 원 주고 구입했으니 수리비 맥스를 10만 원으로 잡고 이보다 더 나오면 새 티브이 사기로 했었는데 그냥 쓰기로 한다.
다만 무상 기한 이후 또 고장이 난다면 그때는 비용 생각하지 않고 새 텔레비전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근데 이박 삼일 동안 티비 없이 살다가 티비 틀었더니 꼭 새 제품 들여놓은 기분이라 썩 나쁘지 않았다. 아이패드 보다가 봐서 그런가.
고장 나지 않고 잘 버텨주기를 바란다.